멕시코의 유대인, 그들은 어떻게 그곳에 정착했을까
🕍 멕시코의 유대인 사회,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영화에서 생긴 작은 궁금증
지난번 포스팅에서 〈우리가 떠나는 걸 아무도 보지 못했다〉의 실화와 줄거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멕시코, 그것도 남미 대륙에 유대인들이 정착하게 되었을까? 보통 유대인은 유럽이나 중동, 미국에 많이 거주한다고 생각했는데, 멕시코 유대 사회는 드라마의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며 낯설지만 흥미로운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멕시코로 건너온 사람들
유대인의 새로운 땅, 멕시코
멕시코의 유대인 정착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이주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즉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심화되던 시기에 시작되었습니다. 러시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터키, 시리아 등지의 유대인들이 경제적 기회를 찾아, 그리고 박해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로 이주했습니다. 특히 멕시코 혁명 이후 산업이 성장하면서 상업과 금융에 능숙한 유대인들은 빠르게 도시 상류층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 멕시코시티의 중심, 폴랑코
현대 유대인 공동체의 중심지
오늘날 멕시코 유대인 대부분은 멕시코시티 북부의 폴랑코(Polanco)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고급 주택가이자 문화 중심지로, 학교·회당·커뮤니티센터·유대식 식당 등이 밀집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신앙을 지키면서도 멕시코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육, 의료,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외부인에게는 다소 폐쇄적인 공동체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상호 부조와 교육열이 매우 강하다는 점입니다.
🌎 남미 곳곳의 유대인 디아스포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로 이어진 이주의 흐름
멕시코뿐 아니라 남미 전역에도 유대인 공동체는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아르헨티나로, 약 18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거주하며 이는 남미 최대 규모입니다. 이들은 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집중되어 있고, 역사적으로는 19세기 말 동유럽에서 대규모로 이주했습니다. 브라질 역시 약 9만 명의 유대인이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 살고 있으며, 상업과 금융,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합니다. 칠레·우루과이·콜롬비아에도 수천 명 규모의 유대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고, 각국마다 회당과 학교, 신문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통점과 차이점
남미의 유대인 사회는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은 매우 적지만, 경제적·문화적 영향력은 큽니다. 공통적으로 가족 중심의 가치관과 교육열이 강하며, 외부와의 결속을 유지하려는 공동체적 특징을 가집니다. 하지만 나라별로 분위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유럽계 이민자가 많아 개방적이고 사회적으로 융화된 반면, 멕시코와 브라질은 다소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남미라는 대륙의 다문화적 특성과 맞물려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냅니다.
💼 그들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
소수이지만 강한 존재감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유대인 사회는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그 이상입니다. 금융, 의학, 예술,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세대를 거듭하면서 ‘라틴아메리카인인 동시에 유대인’이라는 복합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 정체성은 남미 문화 속에서 종종 새로운 창의성과 적응력을 보여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 드라마 속 가족 이야기와 현실의 교차
픽션과 리얼리티의 경계
〈우리가 떠나는 걸 아무도 보지 못했다〉 속 인물들은 이처럼 상류층 유대인 사회의 규범과 폐쇄성 안에서 살아갑니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가족 간의 갈등, 명예, 신앙의 문제는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실제 공동체의 문화적 긴장과 닮아 있습니다. 이 점에서 드라마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정체성과 자유’를 이야기하는 사회적 작품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드라마 한 편이 열어준 세계의 단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멕시코에 유대인 사회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되니, 작품 속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남미 전역에 퍼진 유대인 공동체의 존재를 떠올리며,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세계의 또 다른 면을 배웠습니다. OTT 콘텐츠의 매력은 이런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한 대륙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까지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 말입니다.